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그동안 블로그에 조금 권태기가 와서 손을 놓았답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로 뜬금없이 외동확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사실 요 근래 남편과 둘째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결론적으로 저희는 둘째 없이 외동으로 키우기로 했어요.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을 위해 적어보겠습니다.
※ 다 적고 보니, 제가 이미 확정을 내린 상태라 그런지 워딩이나 말투가 단호하게 나온 것 같습니다. 읽다보니 왠지 둘째를 가진 분들의 상황을 무조건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안타깝게 여기는(?) 느낌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닙니다ㅠㅠ 다만 저의 경우 힘들 것 같다고 쓴 것이지, 절대 다른 둘째 가정을 비하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절대 없습니다!! ※
외동확정 이유
제가 둘째관련으로 물어볼 곳도 없고 해서 인터넷에 많이 검색을 해봤는데 은근 이걸 고민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사실 저는 외동으로 6~70프로 정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 시기를 넘어가면 이제 둘째를 가질 타이밍이 없을 것 같아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임신을 해서 낳아도 첫째와 3살 차이인데, 그 이상 넘어가면 딱히 둘이 잘 놀 것 같지도 않고 나이차이가 나는 것 같아서요.
시간적 여유
결론적으로 외동확정을 한 이유는 '여유'를 위해서입니다. 저와 남편의 여유, 그리고 아이의 여유 모두를 위해서요. 다른 분들은 경제적 여유를 1번으로 꼽으실 텐데 저는 시간적 여유가 1번입니다. 지금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거나 여가시간을 보내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에 와서 둘째 육아를 하고, 하원시간에 첫째를 데리고 오면 두 아이를 돌봐야겠죠? 시간이 지나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좀 나아지긴 하겠지만, 첫째 하나만 케어할 때처럼 여유롭게 돌보기는 힘들 겁니다.
저는 '내 시간'이 너무너무너무 중요한 사람이라 이 부분이 1순위입니다. 첫째는 이제 3살이 넘어서 말도 잘 통하고 또 순한 아이라서 크게 힘들거나 손가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이제 좀 편하다~ 싶은데 둘째까지 돌볼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둘째가 예민한 아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두 아이 양육은 힘든데 만약 예민한 아이까지 있으면 너무 힘들겠죠. 첫째가 순한 아이라 여기에 익숙해져 있는데 둘째가 그렇지 않다면 아마 둘째를 결심한 걸 매일 후회할 것 같습니다.
체력적 여유
정말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체력적 여유입니다. 저는 40kg 정도의 마른 몸으로 임신 막달에도 51~52kg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마른 사람이 다 약한 건 아니지만 저의 경우에는 몸이 약했습니다. (지금도 약한 편이고요) 다행히 첫째를 임신하고 출산할 때 큰 이벤트도 없었고 무난하게 제왕절개를 했지만 그래도 임신과 출산은 저에게 일종의 '교통사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교통사고를 한 번 당하고 몸이 회복된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또 할 자신이 없어요. 첫째 때는 그래도 몸이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됐는데 왠지 둘째는 그럴 것 같지 않거든요. 임신과 출산뿐 아니라 진짜 체력의 문제는 아기를 낳은 후입니다. 지금은 아이가 하나라 남편이 아이를 보면 제가 쉴 수 있고, 제가 아이를 보면 남편이 쉴 수 있죠. 하지만 둘이 되면 저와 남편 둘 다 쉬지 못할 것입니다. 남편도 두 아이를 볼만큼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 약골부부인 저희에게는 무리겠더라고요.
경제적 여유
백번 양보해서 시간적 여유와 체력적 여유는 어릴 때만 지나면 괜찮다고 긍정회로(?)를 돌려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은 클수록 더 문제가 됩니다. 저는 언니가 두 명 있고 조카도 네 명이나 있습니다. 각각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유치원생인데요. 점점 커갈수록 돈이 정말 많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언니들이 엄청 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학구열이 엄청난 곳에 사는 것도 아니고요. 언니들의 학구열이 높은 편도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학원비 자체가 너무 비쌉니다. 제가 어릴 때는 (라떼는...) 종합학원이라는 게 있어서, 한 학원에서 전 과목을 다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모두 단과라 한 과목씩 가르치고 과목당 비용을 냅니다. 게다가 방학이 되면 방학특강이라고 비싸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중등대비반 / 고등대비반 / 수능대비반으로 점점 비싸집니다.
저희는 지금 남편의 외벌이로 세 식구가 살고 있는데요. 아직 아이가 어려서 충분한 편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교육비를 생각해봐도 한 명 정도는 외벌이로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계속 일을 안 하려는 생각은 아니지만, 무조건 해야만 하는 것과 내가 선택해서 일하고 싶을 때 하는 건 다르니까요. 만약 둘째가 있다면 저는 무조건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명이라면,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선택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러고 싶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 내가 정말 자아실현을 하고 싶고 일을 원할 때 하고 싶습니다.
애정의 여유
이것도 두 번째 체력의 여유와 연관되는 건데요. 물론 둘째가 있어도 당연히 첫째와 둘째 모두 사랑하겠죠. 하지만 사람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인내심이 바닥나고 짜증을 내게 됩니다. 특히 저처럼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은 체력이라도 남아있어야 아이에게 애정을 보여줄 수 있어요. 저는 첫째를 키우면서 '내가 이렇게 체력의 지배를 많이 받고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몸이 힘들면 짜증이 나더라고요. 평소엔 그냥 넘어갔던 일도 큰소리치게 되고, 다른 때는 몇 번이고 받아줬던 장난도 그냥 다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생기면? 저는 아마 매일이 짜증의 연속일 거예요... 두 아이 모두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느니 한 명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외동확정 이유를 적어봤는데요. 사실 둘째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다들 생각해본 이유일 것 같아요. 이유 자체는 비슷비슷한데 그중에서 결국 어떤 선택을 하냐의 차이겠죠. 저는 '여유'가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 외동확정을 했지만, 아이들끼리 놀게 해주고 싶다거나 추후 부모가 없을 때 형제/자매/남매끼리 의지했으면 좋겠다거나.. 그런 이유로 둘째를 선택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외동이든 아니든 결국 중요한 건 부모와 아이의 행복이니까요. 행복한 육아를 위해 고민해 보고 좋은 선택 하셨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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