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년에 성인 ADHD 진단받은 것에 대해 포스팅을 적은 적이 있어요. 그 후 한동안 가지 않다가 최근 집중이 너무 안되고 심해진 것 같아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요. 조금 다른 증상이 있어 새로 종이에 적어서 가져갔어요.
다시 병원에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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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증상이 거의 유사하긴 하지만 조금 추가된 부분도 있고 심해진 부분도 있어요. 당시 선생님께서 ADHD 약물치료 시 감정기복이 더 심해질 수 있는데, 제가 조울증 증상이 남아있으니 이 부분(감정조절)을 먼저 잡고 ADHD 약물을 먹는 게 좋겠다며 조울증약만 처방해 주셨는데요. 2주 정도 먹다 보니 부작용은 없었지만 그냥 약 자체가 너무 먹기 싫고 생각만 해도 속이 안 좋은 것 같고.. 약거부가 왔어요.
그래서 조울증약을 끊었는데요. 사실 선생님께 솔직히 말씀드리고 다른 약으로 바꾸거나 아니면 감정기복의 부작용을 감수하고 ADHD 약으로 바꿀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병원비가 너무 부담이었거든요;; 주 1회 가는데 한 번 갈 때마다 4만 원이 넘게 나오니 한 달이면 16만 원이 넘죠. 전업맘인 저에게는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 꼭 치료가 필요한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게 아니라 제가 ADHD 증상이 있다고 해서 당장 누구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제 스스로 집중이 안 되는 불편함을 좀 감수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몇 개월간 병원에 가지 않았는데요. 그러다 집중력의 문제가 커져 다시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현재 증상
제가 원래 진료를 보던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가셔서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봤어요. 병원을 갈 때에는 증상이나 궁금한 점을 따로 적어가면 좋습니다. 특히 저처럼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경우에는 더욱 유용해요.
※ 현재 불편한 점과 증상
1. 탭으로 영상을 보면서 핸드폰으로 다른 걸 보는 등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
2. 책을 읽으면 몇 문장 읽기도 전에 잡생각이 들어 책을 읽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3. 하고싶은 게 많아서 이것저것 손만 대고 제대로 못하는 일이 많다.
4. 무언가를 시작할 때 처음에는 무리할 정도로 몰두(수면시간도 줄이고 몰두)하다가 며칠 만에 급격히 관심이 식고 하기 싫어져 놓아 버릴 때가 많다. 그러다 금세 또 새로운 관심사가 생겨 책이나 소품 등을 무리해서 구매하고 며칠 만에 그만두는 게 반복된다. (충동구매 -> 버리기 -> 다른 것 충동구매 반복)
5. 계획을 자주 세우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수정할 때가 많고 관심이 식어서 계획 자체를 포기할 때가 많다.
6.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상체를 앞뒤로 흔들거릴 때가 많다. (주변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를 듣고 의식해서 가만히 있으려 하는데 그러면 뭔가 몸이 근질거리고 불편하다)
7. 눈을 흘기거나 옆으로 깜빡이는 행동을 자주 해서 집중이 깨진다. (이전 상담 때 이건 ADHD보다는 다른 증상인 것 같다며 우선 지켜보자 하셨다)
8. 잡생각이 끊기지 않아 힘들다. 쓸데없는 생각이란 걸 아는데 사라지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TV화면이 재생되듯이 여러 화면이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다.
9. 크게 우울한 건 없으나 뭔가에 쫓기듯이 항상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특별히 걱정되는 게 없는 상황인데도 뭔가를 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10. 설거지나 청소 등 집안일을 시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저의 경우 이런 것들이 불편해서 하나씩 적어갔어요. 주된 증상은 '집중력 부족'이었고, 이게 집안일과 같은 일상적인 일이나 책을 읽을 때에도 방해가 돼서 다시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상담 및 자가관리 후 현재 상태
현재 조울증(감정기복)은 크게 있지 않지만 아직 불안이 있는 상태예요. 그리고 7번 '눈을 흘기거나 옆으로 깜빡하는 행동'은 학창 시절 틱증상이 있었는데 그게 아직 약간 남아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고민하시더니 성인 ADHD 약물치료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두 가지 약, 콘서타와 메디키넷에 대해 보여주셨는데.. 우선 메디키넷의 경우 저는 복용해도 큰 효과를 못볼 것 같다고 하셨고 콘서타의 경우 이전 선생님이 말했던 것처럼 복용 시 감정기복이 더 심해질 수 있고, 저처럼 틱증상이 남아있는 경우 틱도 같이 심해질 수 있어서 당장 약물치료를 권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약 복용은 선생님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번 선생님은 조금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 우선 할 일 목록을 체크하는 등 자가관리를 먼저 한 달정도 하고 그 후에도 생활이 계속 불편하면 다시 약물을 상담해 보자고 하셨습니다.
결국 성인ADHD 약물치료는 시작하지 않고 자가관리만 한 달 정도 해보기로 하고 나왔는데요. 결론적으로 3주 정도 지난 현재 상태는 그래도 비교적 많이 좋아진 편이에요. 선생님이 권유한 할 일 목록은 원래 하고 있던 거라 제외하고 가장 효과를 본 건 [유튜브 차단 & SNS 최소화]입니다.
사실 유튜브를 차단하고 SNS를 최소화했다고 모든 증상이 싹 나아진 건 아닌데요. 그래도 호전된 부분이 확실히 보여요. 특히 눈을 흘기거나 옆으로 깜빡이는 행동(틱 증상)이 많이 줄었어요. 모든 기기에서 유튜브를 삭제하고 아예 보지 않고, SNS는 현재 인스타만 하는데 이것도 아기 사진을 올릴 때 외에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쇼츠나 릴스 같은 짧은 것들이 특히 빠지기 쉽기 때문에 아예 보이지 않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약물치료 없이 자가관리 중이며, '유튜브 차단, SNS 및 미디어 영상 최소화 + 할 일 목록 체크하기'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현재로서는 나름 호전이 있는 것 같아 꾸준히 해볼 생각이며, 혹시 그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심해지면 다시 병원을 방문해 이번에는 진짜 성인 ADHD 약물치료를 받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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