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정신과에 다녀왔다. 주변에서 ADHD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스스로 느끼기에도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해서, 사실 어느 정도는 진단받을 걸 각오하고 갔다. 성인 ADHD 증상은 다양한데 그중 내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종이에 적어보았다. 평소 말을 잘 못하기도 하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갑자기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정신과에 갈 때는 종종 이렇게 적어가는 편이다.
성인 ADHD 나의 증상
이전에 진단받았던 것부터 현재 증상 그리고 궁금한 점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적어보았다. 사실 더 적으라면 적을 수 있지만 비슷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주요 증상만 적었다. 사진으로도 잘 보이는 것 같지만 한 번 더 적어보면..
- 진단 받았던 것
1) 우울증 : 고등학생 때 (약 15년 전) / 3년간 약물 복용
2) 조울증 : 20대 중반 (6-7년 전) / 1년 6개월 정도 약물 복용
- 현재 불편한 점 및 증상
1) 탭으로 영상을 보면서 핸드폰으로 다른 걸 보는 등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
2) 하고싶은 게 많아서 이것저것 손만 대고 제대로 못하는 일이 많다
3) 무언가를 시작할 대 처음에는 무리할 정도로 몰입하다가 (잠도 줄이고 하다가) 며칠 만에 갑자기 관심이 식고 아예 하기 싫어질 때가 많다
4) 계획을 자주 세우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수정하는 때가 많고, 관심이 식어서 계획 자체를 포기할 때도 많다
5) 가만히 있을 때 상체를 앞뒤로 흔들거나 발을 까딱거리는 등의 행동을 자주 한다
6) 눈을 흘기거나 옆으로 깜빡이는 행동을 자주 해서 집중이 깨진다
7) 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자주 딴 생각이 들어서 보다 멈출 때가 많다
- 궁금한 점
주변에서 ADHD가 아니냐는 말을 들었는데 혹시 원래 있던 우울증이나 조울증 때문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적어서 가져갔다. 이 외에도 성인 ADHD의 증상은 다양한데 본인에게 해당하는 증상을 적어서 가져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내가 가장 불편하다고 적은 6번 증상은 ADHD가 아니고 틱증상의 일종이다. 어릴 때 오랜시간 틱을 앓았다가 많이 호전되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성인 ADHD 검사 비용, 나의 점수, 조울증 약물
우선 병원을 가기 전 ADHD 검사 비용이 궁금해서 문의를 했다. 우선 검사 방법으로는 설문을 통해 알아보는 방법과 설문+뇌파검사도 함께 진행하는 곳이 있다. 당연히 비용이 천차만별인데, 설문을 통해 알아보는 건 굉장히 저렴하다.
1) 설문지 + 뇌파검사로 확인 : 20만원 이상
2) 설문지로 확인 : 초진가격(3만원대 후반) + 설문지(1만 원대) = 총 4만 원대 후반
-> 이 가격은 내가 갔던 곳 기준이고 병원마다 다를 수 있다.
내가 어느정도 확신이 있다면 설문지만으로도 괜찮겠지만 (체크할 게 꽤 많다) 증상이 헷갈리거나 더 확실히 하고 싶다면 뇌파검사까지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검사방법과 비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방문 전 최소 2~3군데 정도 전화해 보길 추천한다.
우선 나는 검사 점수가 꽤 높기도 했고 또 이 병원에는 뇌파검사가 없는지 따로 뇌파검사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설문지로 확인한 결과 세 가지 부분(집중력 저하 / 과잉행동 / 충동성)에서 60점 이상이 나오면 정상범주 이상으로 보는데, 나의 경우 집중력 저하는 83점, 과잉행동 64점, 충동성 94점이 나왔다. 90점대는 많지 않다고 하는데 충동성이 94점으로 높은 점수가 나왔다.
내가 설문작성을 너무 극단적으로 했나 생각했는데, 이미 조울증을 오랜 시간 겪었기 때문에 충동성이 높은 게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다며 선생님이 위로(?)해주셨다. 아무튼 그렇게 ADHD 약물 치료를 하기로 시작했는데 문제는 ADHD 약물로 쓰이는 콘서타의 부작용 중 하나가 감정기복이 심한 거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미 조울증 때문에 감정기복이 심한 상태여서 이 부분을 먼저 안정화시킨 후에 콘서타 복용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3~4주 정도 리튬(조울증약)과 다른 안정제를 복용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ADHD 약물을 추가하기로 했다. 현재 증상이 너무 불편하면 같이 복용할 수도 있다고는 했지만,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이 복용하면 어느 정도 감정기복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먼저 조울증약을 먹고 콘서타를 쓰고 싶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아직 ADHD 약물(콘서타)는 복용하지 않고 리튬과 안정제만 복용하고 있다. 추후 약이 변경되거나 ADHD 약을 함께 복용하게 되면 그것도 기록을 남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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