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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또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by 쥬스하우스 2021. 12. 24.

 

 

나도 멀리 도망가고 싶다. 며칠만이라도.

 

 

요즘 한동안 화도 안 내고

나름 착한(?) 엄마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또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정말 부족한 인간이구나,

이렇게 그릇이 작구나 매번 느끼지만

오늘은 유독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밥 생각도 나지 않고

굶다 보니 벌써 11시가 넘었네요.

낮 12시쯤 점심을 먹었는데 꽤 오래 굶었습니다.

아이가 자고 나니 이제서야 배가 고프네요.

하지만 아이가 깰까봐 밥은 못 먹겠고

간단한 과자나 식빵으로 때워야겠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게 좋지 않다는 건

당연히 누구나 알고 있는데

그게 참.. 머리 따로 마음 따로인가 봐요.

지금 훈육을 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나이인데

그럼에도 화내고 짜증내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스스로한테 화도 나고..

 

요즘 어딘가 오르는 거에 능숙해져서

식탁이나 의자 등 위험한 곳에 아무데나 오르고

못하게 막으면 울고 떼쓰고 난리입니다.

또 아직 스스로 밥 먹는 걸 연습하는 중이라

당연히 능숙하게 먹지 못하는 걸 알지만

여기저기 집어던지고 더러워지는 걸 보면

속이 꽉 막히고 답답해집니다;

그래도 실수로 그런 거면 어쩔 수 없다 하는데

일부러 먹기 싫다고 던질 때면

정말 너무너무 화가 나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원래 갖고 있던

불안장애와 불면증이 심해져서

다시 정신과를 다녀야 하나 고민 중인데

분노조절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

병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저에게도 아기에게도

안 좋은 영향만 끼칠 테니까요.

 

사실 병원을 옮기는 건 정말 큰 일입니다 ㅠㅠ

특히 정신과는 더 그런 것 같아요.

나와 맞는 병원을 찾는 게 쉽지 않거든요.

이전에 다니던 병원이 참 좋았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선생님이 좋았습니다)

결혼하면서 이사를 오게 돼서 너무 멀어졌네요.

지금 집근처 병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원래 다니던 곳보다 전체적으로 가격도 높고

후기도 애매해서(?) 고민 중입니다.

 


 

항상 아이를 재우고 나면

'왜 화를 냈을까, 좀 참을 걸' 하고 후회해요.

심지어 화를 내는 도중에도

'분명히 이따 후회할텐데..'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잘 다스려지지 않네요.

 

이렇게 미숙한 인간인 줄 몰랐는데

제 생각보다 저는 더 미숙한 인간이었네요.

오늘은 심지어 이런 생각도 했어요.

아이가 나와 함께 자라는 게 어쩌면

더 안 좋은 영향을 받는 거 아닐까..

차라리 아빠 혼자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

잠깐이었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데 뭐 진심은 아니었구요.

당연히 저랑 남편이랑 같이 키우고 싶어요.

아무튼 그러기 위해서, 더 잘 키우기 위해서

그리고 저 스스로도 덜 힘들어지기 위해서

필요하면 병원이든 약이든 도움을 받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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